[book]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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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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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기심많은 duck9667 2019. 9. 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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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제주 여행 중에 구입하고서는 올 여름이 다가도록 묵혀둔 책. 민망할 정도로 깨끗한 상태로 책상 위에 남아있길래 이래선 안되겠다싶어 일단 가방에 넣었다. 한동안 퇴근 길 저녁 어스름서부터 까만 밤 잠들기전까지 곁에 두고 틈이 생길때마다 읽었다. 그리고 다 읽은 책을 집은 이래로 가장 긴 밤을 보내며 글을 쓴다.

 

이석원 작가님의 모든 책을 사서 읽었지만 마지막으로 작가님 책을 읽은 건 2년은 더 된 일이다. 그 사이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나보다. 안그랬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익숙하고 잘 알 것만 같았다. 내가 다 알아버린 당연한 이야기들, 책 속엔 당연해서 오히려 서글프고 어딘가 뻐근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보통의 존재"를 읽을때만 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하고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신 정제된 글로 표현해주니 유용했다. 그러면서 함부로 위로하려하지 않는 조심스러우면서 냉소적인 그의 글이 좋았다. 마치 얽혀있던 감정을 누군가 옆에서 풀어주는데 그게 참 사람 안 미안하게 잘해주더라. 고마움마저 느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책을 읽고 위로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실은 이 책에 위로를 건네는 글은 거의 없다. 받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의 글이 그렇다.

 

"보통의 존재" 그 이후로 몇권의 책이 더 나왔고 그만큼 시간이 지난 지금, 그의 글은 더 이상 내게 전과 같은 감상을 주지 않았다. 익숙했기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줘서 반가울 때가 있는 반면 아직 그 자리에 있어 씁쓸할 때가 있지 않나. 이 책은 내게 후자였다. 반갑기만 했는데 이제 반갑기만 하지 않는다.

 

묵묵히 위로를 받곤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내내 갑갑했다. 더 나아가면 어땠을까? 다른 방식이 있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라면 다르게 했을텐데. 책 속의 그에게 계속 시비를 걸었다. 그리하여 여전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비슷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책 속의 그를 깎아내리려는 건 절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그랬듯이 그 자리에 있어 반가운 사람은 필요하다. 또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는 그 자체로 존재한다. 본인만의 방식과 태도로. 그래서 그의 다른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달라진건 나 자신이 아니었나 되돌아 보게 되었다는 것과 그걸 알아차리게 한 것이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었다는 것이다. 

 

내 감상만으론 어떤 책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달리 언급할 책의 내용은 없다. 그냥 함부로 위로하는 글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한 참 긴 밤을 지내다 보면 어느샌가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본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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